저녁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려 앉는 오후 7시30분, 222m 길이의 DDP 외벽에 거대한 빛이 흐르기 시작한다. 음악이 시작되자 영상과 빛이 비트에 맞춰 움직인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집으로 가기 보다 주변 쇼핑몰과 패션상가, 맛집으로 이동한다. ‘보고 떠나는 문화행사’에서 ‘밤까지 머물고 소비하는 도시 경험’으로 DDP의 밤이 달라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계 최대 비정형 미디어아트 축제 <서울라이트 DDP>가 있다. 올가을에는 한국 문화의 ‘시작의 빛’을 주제로 백남준과 유영국의 예술 세계, 『청구영언』에 담긴 한글 노랫말을 동시대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다. 여기에 라이브 음악과 레이저·AI 영상·조명을 결합해 DDP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빛의 공연장’으로 바꾼다

<음악에 따라 222m 빛이 움직인다…‘서울라이트 DDP’ 개막>
올해 가을 시즌의 또 하나의 차별점은 미디어아트와 음악 공연의 경계를 허문 ‘실시간 공연과 반응형 미디어아트’를 최초 공개한다는 것이다. 기존 완성된 영상을 상영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이디오테잎 등 실제 아티스트의 음악과 DDP 파사드의 영상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매회 다른 현장감을 만들어낸다.

IDIOTAPE(이디오테잎)의 강렬한 신디사이저와 드럼을 기반으로 한 9월 3일 개막식 라이브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9월 4일과 5일은 SION(시온), 9월 6일과 12일은 HYPNOSIS THERAPY(힙노시스 테라피), 9월 11일과 13일은 SOULSCAPE(소울스케이프)가 각자의 음악적 색깔을 담은 디제잉 공연을 선보인다. 이들의 음악은 《The Break Point》의 미디어아트와 결합해 DDP 외벽 전체를 거대한 공연 무대로 변화시킨다.

백남준·유영국·청구영언… 한국 문화의 ‘원형’을 미디어아트로 다시 만나다 >
<2026년 서울라이트 DDP>는 ‘DAYBREAKER’를 연간 테마로, ‘어둠을 깨고 새로운 빛을 여는 혁신과 도전정신’을 가을·겨울·카운트다운 세 개의 축제를 통해 선보인다. 올해 가을 <서울라이트 DDP>는 한국 현대미술과 한글문화 등 K-아티스트와 K-헤리티지를 동시대 미디어아트로 확장한 4개의 대표 콘텐츠를 선보인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우리 노래가 한글을 만나 기록으로 남고, 익숙한 산은 새로운 추상미술이 됐으며, TV와 영상기술은 전에 없던 예술의 언어가 됐다.

먼저 백남준의 《The Break Point》는 백남준의 비디오 신디사이저 개념과 실험정신에서 출발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서울라이트 DDP 최초로 아티스트 그룹의 라이브 퍼포먼스와 실시간 미디어아트가 결합된다. 백남준아트센터와 버스데이가 함께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누구나 악기를 연주하듯 영상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백남준의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음악의 비트에 따라 DDP 파사드의 빛과 영상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유영국의 《내 안의 산을 찾아서》는 유영국이 평생 응시해온 ‘산’을 DDP의 유기적인 곡면 위에 펼쳐낸다. 유영국 특유의 강렬한 색채와 자연의 리듬은 젊은 미디어 작가 권하윤의 디지털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풍경으로 변주된다. 평면 회화가 건축과 빛, 시간의 흐름을 만나 확장되며 관람객에게 캔버스를 넘어선 입체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10월 25일까지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청구영언의 《말이 빛나는 밤》은 한글날(가갸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가장 오래된 시조집 『청구영언』의 노랫말에 담긴 다양한 ‘감정’과 ‘자연’의 풍경을 동시대적인 미디어아트로 다시 깨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노래가 한글로 기록되고, 시조 속 자연의 풍경이 디지털 산수로 펼쳐진 뒤, 흩어진 노랫말이 하나의 커다란 빛과 울림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시조의 구성(초장·중장·종장)에 따라 3부로 선보인다. 국립한글박물관과 세종시문화관광재단, 투그레이가 함께해 한글 노랫말의 가치를 오늘의 시각언어로 선보인다.

특히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레이저아트 ‘DDP 365라이트’윤제호의《미래의 빛, 시간의 울림을 통과하다》는 DDP 유구전시장에 쌓인 과거의 흔적과 울림을 레이저와 전통 타악, 전자음, AI 영상, 조명과 움직임으로 깨워낸다.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기보다 공간에 축적된 시간을 오늘의 기술과 감각으로 전환하며, 빛과 소리로 변화하는 공간 속에서 지나온 시간과 미래를 함께 경험하도록 한다.

<축제는 13일까지 빛은 365일 ‘DDP 365 라이트’로 밤의 경험 상설화>
서울디자인재단은 DDP를 중심으로 대규모 미디어아트 축제인 ‘서울라이트 DDP’를 가을·겨울 시즌에 집중 개최하는 한편, 행사 이후에도 1년 내내 매일 밤 조명·레이저·파사드 연출이 펼쳐지는 ‘DDP 365 라이트’를 상설 운영해 시민과 관광객이 언제 찾아와도 야간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일상 속 야간 명소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본 라이트쇼는 DDP의 비정형 건축 파사드 자체를 무대로 활용한 야외형 콘텐츠로, DDP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차별화된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야간 집객력을 높이고 방문객의 동대문 일대 상권 유입을 확대해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DDP를 서울의 대표 야간관광 랜드마크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개막 퍼포먼스를 통해 첫선을 보이는 라이트쇼는 <서울라이트 DDP 2026 가을> 종료 후 정비를 거쳐 9월 21일(월)부터 ‘DDP 365 라이트쇼’로 상설화된다. 유구전시장 일대에서 매시 정각 약 5분간 운영되며, 레이저·영상·사운드를 결합한 공연형 콘텐츠로 기존 경관조명 중심의 야간 연출을 한층 확장한다.

이번 행사 기간 DDP 야외 팔거리 일대에는 분식, 떡, 소시지, 커피 등 트렌디한 F&B 부스로 구성된 ‘K-푸드존’과 야외 취식 공간이 운영된다. 더하여, 동대문 인근의 맛집들까지 즐길 수 있도록 배달존도 운영될 계획이다.

한편, 서울디자인재단은 이번 ‘서울라이트 DDP 2026 가을’을 위해, 백남준아트센터(8월), 서울시립미술관(5월), 국립한글박물관(7월)과 업무 협약을 맺고, K-컬처의 근원적 가치를 미디어아트로 승화시키는 데 뜻을 모았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이소임 큐레이터는 “백남준의 비디오 실험정신이 미술관을 벗어나 DDP 222m 파사드라는 도시의 건축적 공간에서 새로운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되어 뜻깊었고, CRT 모니터 화면의 영상이 오늘의 기술과 음악을 만나 시공간을 초월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순간을 관람객들과 함께 경험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캔버스를 벗어나 도심 속으로 확장된 유영국의 추상 유토피아가 관람객 각자의 내면에 있는 또 하나의 ‘산’을 마주하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삼백여 년 전의 노랫말 청구영언이 오늘날의 빛과 미디어 아트 작업으로 다시 태어나 시민과 세계인에게 선보이게 되어 뜻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DDP 365라이트’ 참여작가 윤제호는 “여러 시대의 시간과 기억이 공존하는 DDP에서 미래의 빛과 울림을 표현하게 되어 매우 뜻깊고, 관객들이 새로운 시간의 감각을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년 192만 명 찾은 서울의 빛… 디자인 어워드·기네스까지 세계가 주목>
2019년부터 서울라이트 DDP는 DDP의 222m 비정형 외벽을 거대한 미디어아트 캔버스로 활용하며 서울을 대표하는 야간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해 왔다. 2025년에는 연간 192만 명이 서울라이트 DDP를 방문했으며, 12월 31일 카운트다운에만 약 8만 7천 명이 방문하는 역대급 성과를 냈다.

한편, 올해 2월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 7월 Red Dot 본상, 8월 IDEA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며, 4년 연속 세계 3대 어워드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비정형 건축물 3D 맵핑 디스플레이’ 기네스 세계기록을 달성하며, 예술성과 기술력, 독창성을 국제적으로 검증 받았다.

이와 함께 ‘DDP×동대문 슈퍼패스’를 통해 DDP 내부에서의 경험을 주변 상권으로 확장하고 있다. 단순 할인쿠폰을 넘어 동대문의 쇼핑·맛집·문화공간과 로컬 명소를 연결하는 코스를 제공해 DDP 방문객이 주변 상권까지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DDP×동대문 슈퍼패스’는 신당동·장충동·광희동 등 동대문 일대 맛집·카페·쇼핑·문화공간 140여 곳을 6개 테마코스로 큐레이션해 지도와 함께 소개한다. 서울라이트 관람 전후 각 동네의 로컬 명소를 도보로 둘러보며 매장별 할인·증정 혜택도 받을 수 있어, DDP에서 시작한 나들이가 자연스럽게 ‘동대문 동네 여행’으로 이어진다.

제2의 성수동으로 불리는 장충동, MZ세대의 로컬 상권으로 변신한 신당동, ‘힙희동’으로 떠오른 광희동 등 저마다 다른 매력의 동네를 코스별로 만날 수 있다. 신당동 백송 신당·베카롱 베이글·화록·발라닭, 장충동 니키·홀베그·펄시커피, 광희동 스타사마르칸트·광희집·공평동꼼장어 등 지역별 인기 매장들이 할인·증정 혜택을 제공한다. 세부 코스와 혜택은 ‘DDP×동대문 슈퍼패스’ 웹페이지와 카카오톡·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서울라이트 DDP는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의 창조성을 서울의 밤에서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문화예술을 주변의 식음·쇼핑·관광으로 연결하는 야간경제 콘텐츠”라며 “서울라이트에서 시작된 빛을 ‘DDP 365 라이트’로 일상화하고 동대문 상권과 연결해 DDP를 서울의 밤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끝>